<아미 오브 더 데드: 도둑들> – 천하제일 허술한 대회

<아미 오브 더 데드 : 도둑들> (Army of Thieves)★★☆원작도 없는 오리지널 영화를 찍으면서 스핀오프까지 함께 제작하다니 배짱도 좋네요. 올해 5월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잭 스나이더 좀비 영화 ‘아미 오브 더 데드’의 외전인 ‘아미 오브 더 데드: 도둑들’이죠. 원제는 ‘Army of Thieves’인데 항상 국어 표기에 난항을 겪는 th의 발음이 궁금했는지 공식 제목에 ‘도둑들’이라는 부제를 붙이는 것으로 만족스럽네요.평범한 은행원으로 지긋지긋한 인생을 보내는 세바스챤.평소 금고의 역사와 작동 방식에도 관심이 많아서 시간만 있으면 폭발하는 것도 문제가 없지만(!)너무 얌전한 성격 때문에 그저 누구도 관심 없는 유튜브 동영상을 올리는 것이 즐겁습니다.그런 어느 날 한 여자가 찾아와서 업계의 전설과 같은 금고를 털겠다는 일생 일대의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그리고 세바스찬의 모험이 시작됩니다.실제 각본 단계부터 야심적으로 기획된 시리즈로 해서는 그다지 큰 기대를 모은 작품은 없었습니다.2011년 『만·오브·스틸 』에서 2017년 『 정의·리그 』까지 워너·브라더스가 잭 스나이더이란 보물을 억제하는 참사가 지금의 DC유니버스라는 소리가 꽤 많더군요.그에게 전권을 부여하면<워치맨>나<300>의 영광을 되돌아볼 기회가 확실하게 온다고 해서요.이는 4년 동안 감독 자신과 팬들의 캠페인의 끝에 올해 공개된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에서 폭발했습니다.이렇게 했어야 하는 영화가 그렇게 나왔으니 슬픈 일에 틀림없고, 설상가상으로 잭·스나이더 본인이<정의·리그>3부작의 원안을 끝까지 공개하며 그 대단한 영화를 못 보게 된 현실은 더 슬프다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다소 엉뚱하게도 이 슬픔에서 태어난 잭 스나이더 정성 모드(?)신봉은 차기작이었다”아미·오브·더·데드”으로 넘어갔습니다.막대한 제작비와 상상 이상의 자유권을 부여하는 넷플릭스,<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에서 들뜬 잭 스나이더 명작<새벽의 저주> 같은 좀비 물건이라는 거대한 덩어리가 만나는 사람들은 당연히 엄청난 작품을 기대했습니다.그러나 이 엄청난 기대는 허무할 정도로 빠르고 한번에 사라졌어요.막상 뚜껑을 여는<아미·오브·더·시체>은 나름의 진화와 발전을 거듭하고 온 좀비물 가운데 어떤 개성도 확보 못하고 아무리 못해도 명장면 하나는 훌륭하게 만든 잭 스나이더 특유의 연출도 사라진 의문만 남겼습니다.그리 높지 않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평균선에도 빠듯하고, 모처럼 모인 군중을 해산시켰습니다.통상은 1번째 성공이 최소한의 전제돼야 속편이나 프리 퀄리티가 기획되어 더 이상 인기를 누린 후에 고려되는 스핀 오프입니다.그래도”아미·오브·더·데드”는 1편 제작 착수와 동시에 스핀 오프를 촬영하는 속편을 기획했습니다.그것도 좀비 어포컬립스 세계관의 도둑들이란, 굳이 이 시리즈의 스핀 오프에서 기획하는 것이 옳으냐는 이야기를 차용했습니다.”아미·오브·더·데드:도둑들”은 전작에서 금고 기술자로서 활약한 디터 최초의 모험을 다루고 있습니다.잭·스나이더는 제작자들에게 옮아가는, 디터 역의 마티아스·슈우아익헷화ー이 감독, 제작자, 주연까지 한명 3역을 맡았어요.<왕좌의 게임>과<분노의 질주>시리즈에서 활약한 나탈리·엠마뉴엘에 루피·O·비, 스튜어트, 마틴, 구즈·칸, 조나단·코헨 등이 출연했습니다.기승전결은 아주 단순 명료합니다.업계에서는 전설로 간주되는 한 금고 제작자가 자신의 모든 것을 담고 3개의 금고를 만들어 부보다는 명예를 쫓는 우리의 주인공들이 그 금고에 도전하겠습니다.정확히는 도둑질 영화인 케이퍼 무비에 분류되어야 하지만 보통 케이퍼 무비처럼 멤버의 개성과 매력이 넘치는 가운데 호흡을 맞추어 영화인가 하면, 또 특히 그렇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하면 문제입니다.팀 영화인데, 팀 영화가 아닙니다.주인공은 그냥 타고난 재주로 언제 어디서나 어떤 금고에서 멍청히 잡을 수 있는 전설의 금고는 더 은행에서 실제로 돈을 넣어 사용 중인데 놀랄 만큼 허술하게 보관되어 있어요.보통의 훔치는 영화라면 금고 앞까지 가는데도 엄청난 계획과 노력이 필요한데, 이곳에서는 오직 행동 대장의 한마디와 해커의 손 놀림 몇회로 만사가 해결됩니다.이는 영화가 찢어지는 금고 하나하나가 아니라 그를 통해 새로운 인물로 거듭나는 세바스찬의 여정 자체에 주목하기 위해서입니다. 사실 이는 결과론적 분석에 가깝고 금고를 부수는 과정이 예상보다 훨씬 대수롭지 않은 가운데 남은 것으로 봐야 합니다. 그래도 의외로 주인공 세바스찬과 배우 마티아스 슈바이크헤퍼의 도지한 매력 덕분에 버틸 수 있는 순간이 몇 가지 있습니다. 나머지도 아주 정형적이고 단순해요. 그럼에도 낯익은 나탈리 엠마뉴엘의 그웬드린에게도 리더의 카리스마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처음부터 팀이라고 느끼지 못했던 무매력 구성원 간 궁금증도 없던 과거사, 곳곳에서 때를 기다렸다는 듯 일어나는 내분 등이 러닝타임을 차지합니다. 각본상의 구조로 봐도 세바스찬과는 별로 상관없는 전개이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집중이 어렵습니다.소재나 줄거리에 과분하게 할당된 제작비 덕분에 보는 재미는 있고, 그냥 다이얼링하기로 점철된 금고털이도 일단 대체로 신기해 보입니다. 세바스찬의 꿈 등 <아미 오브 더 데드>와의 연결고리는 거의 억지로 유지하는 수준에 가까운데 좀비색을 최대한 줄이는 게 오히려 긍정적인 선택이 됐네요. 당연히 속편 ‘플래닛 오브 더 데드’에서는 이 장점을 가지고 있기가 상당히 어렵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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